뭘 그렇게까지...

2012/01/12 06:37

 

비데 뚜껑결합 부분이 망가졌는지 볼일 마치고 뚜껑을 닫으면

스르륵 닫히던 뚜껑이

'꽝' 무서운 소리를 내며 떨어져 뒤돌아 나가다 소스라치게 놀라곤 해서,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했다.


두세번 벨소리, 자동안내시스템...연결연결...고리를 거쳐

곧이어 상냥한 (그러나 상당한 교육과 연습을 한) 안내원의 목소리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예, 비데 뚜껑이 고장이 나서 A/S 접수하려구요."

"아~그러셨군요.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죄송하지만 정확히 뚜껑 어느 부분에서 고장 났는지 말씀해 주실수 있으십니까?"

"예, 뚜껑 여닫는 부분이 부러진것 같거든요."

"아~예, 대단히 죄송합니다. A/S 접수는 바로 해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지금 A/S 접수가 밀려 이틀 뒤에 기사분이 나가실 것 같은데 죄송하지만 괜찮으십니까?"



접수센터 직원의 '대단히 죄송합니다'는 사실 정확히 생각이 안나서 그렇지

매문장마다 계속 나왔던 것 같다.

(죄송하지만  고객님 본인 확인을 위한~, 죄송하지만 정확한 주소를 확인하고자~,  등등)

죄송하다는 말이 너무 여러번 나와 민망하기까지하다.

죄송하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 감사하다는 말,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하게 되는 말인데...

이렇게 접수 한번 받으면서 얼굴도 모르는 이에게 수십번 이런 말을 해야 하니

전화 받는 A/S센터 직원 스트레스가 얼마나 많을까 싶어 안쓰러운 마음이 앞선다.




"네, 괜찮아요."

"아, 감사합니다. 고객님...그리고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아니예요, 뭘 그렇게 까지..."

마지막까지 죄송하다는 말에 A/S접수를 한 내가 죄인같아져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더니

친절하긴 했어도 다소 경직된 느낌이었던 접수센터 여직원이 살짝 웃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서...



"저희가 고장 낸걸요."

^^

잠시 짧은 웃음으로 마무리...하고 접수를 끝냈다.
.

.

.

이 얘길 퇴근한 남편에게 해줬더니 웃는다.

" '뭘 그렇게 까지...저희가 고장 낸걸요.'  훈훈하네."^^

같이 얘길 들었던 겨레가 하는 말,

"엄마 그래서 서비스직에 있는 사람들이 홧병이 많다잖아."


돈을 받고 하는 일이지만 새벽에 배달되는 신문, 우유...지구 반대편에서 물건을 주문해도 집 문앞까지 배달되는 택배...

우리 아파트 상가에 있는 중국집은 4천원짜리 짜장면도 전화하면 한그릇도 배달해 준다고 한다. 가끔 짜장면이 먹고싶은 날도 있지만, 비가 오거나 눈이오거나 날이 궂은날은 절대 시키지 않는다.(그런데 이런날 짬뽕이나 짜장이 땡기긴 하더라만...^^)

그 사람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얼마나 편안하게 그자리에서 물건을 받아 볼 수 있는 일인가,

문득 여러 생각이 들었던 날이었다.


새해에는 서로 웃고, 즐겁고, 행복한 얼굴과 목소리로 서로를 대할 수 있는 그런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2012.1월

겨레는 이제 열다섯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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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송명헌 2012/01/12 10:20

    이곳에서 '한국의 그리운 것'이 많은데....그중에 하나가 이거라죠^^
    정말 죽이는 발음의 이방인들(영어를 하는)에다가 한심스러운 서비스라니...

    물론 3개월까지는 언제고 반납할 수 있고.....나름 좋은 서비스도 있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저도 민망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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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oodMom 2012/01/16 09:41

      받기만 하는 서비스에서 생각하는 서비스를 생각하게 되네요. 서비스가 기분 좋은 선까지는 서로 좋은 기분이 들지만, 이건 그쪽이 너무 스트레스가 심하다 싶을때도 있거든요...^^ 서로 한번쯤 생각해 볼일이지요?

  2. 큐피드 2012/01/12 17:39

    당연히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서비스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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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보라별 2012/01/17 07:30

    그 말을 그대로 죄송하게 여기고 있다고 받아들이는 고운 마음씨를 가진분이셔서 그런거 아닐까요? ㅎㅎㅎㅎ

    저는 편한말로... ~ 척 하는 것이 아주 싫어요.
    그래야 할 때도 있다는건 알지만,
    예의상, 의례히 그러는것은 정말 소름끼치도록 싫지요.
    사람들간의 관계에서도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저같은 사람은.. 그래서 그런가 좀 딱딱하지 않나 싶기도 하구요.
    사택이란 공간에 살면서 ~척 하는, ~척이 너무나 몸에 익은 사람들을 보면 저는 거부감부터 들어서 왠만하면 말을 섞지 않게 되더라구요.

    서비스센터 직원의 그 말을 들었더라면, 저는.... 아.. 너무 기계적이다.. 라고만 느꼈을 것 같아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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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oodMom 2012/01/17 09:59

      ^^ 척 하는 분들 싫지요? 그래도 척 하는 본인도 힘들거예요...
      서비스센터 직원분들 말투가 너무 연습을 한 듯해서, 사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가슴이 와닿지는 않아요. 하지만 그들도 누군가의 딸이고 누군가의 엄마일텐데...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기계적으로 그렇게 말을 하려면 얼마나 스트레스 받을까 싶더라구요...게다 그런 분들에게 장난말 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고 하더라구요.
      식당 가서도, 너무 당연한듯 일하는 분들 무시하고 조금만 늦으면 소리치고...이런것들이 보기 안좋더라구요. 다같은 사람들인데...^^

  4. iris 2012/01/26 22:03

    그러게요... 내가 비용을 지불한 만큼 서비스를 받는다는 생각하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명절 특수 때 휴일에도 저녁 늦게까지 택배 물량 배송하시는 분들 보면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더라구요.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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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oodMom 2012/02/14 10:06

      최근에 서비스 직종의 직업병에 대한 기사가 많이 나오더라구요.
      그렇다보니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되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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